2021년 10월, 스타벅스 트럭시위가 있었다. 스타벅스가 노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름 행사로 스타벅스 50주년 리유저블컵 행사가 이루어지면서 그동안 쌓여있었던 과도한 업무 강도에 대해 스타벅스 종사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었다. 이 조용한 시위를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당연히 돈 받고 해야하는 일에 대해서 왜 시위를 하느냐’라고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돈을 받는다고 해도 적정한 선이 있는 것이다’라고 맞서기도 한다. 과연 법에 정해진 수준의 임금을 지불한다고 하면 과중한 업무 강도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해내야 하는 것일까. 요즘 저녁이 있는 삶, 워라벨 등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서 자기 만의 삶을 누려야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사회 분위기를 보면, 돈으로 모든 가치를 매길 수 있다는 것은 구시대의 사고방식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학자 훅쉴드는, 비행기 승무원들이 겉으로는 친절하게 보이지만 승객들의 태도나 업무의 어려움 등으로 속마음으로는 스트레스를 받고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리고 이 현상을 감정노동이라고 불렀다. 육체적인 노동뿐만 아니라 업무와 관련하여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이를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백화점에 가면 우리는 점원들이 고객을 왕으로 모시면서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가 곧 점원들이 우리보다 아래 사람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존중은 존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면서, 무한경쟁 시대에 원치 않는 감정까지 숙련하고 판매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콜센터 상담원, 배달기사나 택시 기사, 백화점 등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은 이러한 감정노동의 주체들이자 감정탄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부르짖는 시대에, 돈으로 사람의 감정과 가치가 매겨지는 모습이 만연하고 있음은 아이러니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돈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한다. 나는 존중 받아야 하지만, 다른 이들의 존중은 돈으로, 상황과 평가로 매기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물리적 교환 가치보다는 정서적 교환 가치가 더욱 존중되는 곳이라 생각한다. 물질문명이 더욱 발전하고 과학기술문명으로 사람보다 기술 가치가 높아지는 이 때에, 우리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정서 가치에 대한 귀중함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잃지 말아야 하는 유산으로 삼아야 한다. 사람이 있어서 사회가 존재하고 기술이 의미가 있는 것이지, 사람이 도구가 되어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도 못하고 오래 갈 수도 없다. 요즘 나오는 사건사고의 기사들을 보면, 사람을 사람답게 여기지 않은 많은 범죄나 문제 상황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누구나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 사회의 앞날을 걱정한다. 그런데 이 심각한 상황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비도덕적이고 인륜이 무너지는 것 같은 지금의 모습은, 우리가 놓친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시작되었을 수 있다. 반갑게 건네는 아침 인사, 웃으며 양보하는 자리 한 칸, 아주 잠깐 시간을 내어 함께 짐을 나르는 이웃의 손길, 결국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다른 무언가가 채워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보다 더 끔찍할 것 같다. 우리의 삶에서 돈을, 물질적 가치를, 평판과 명예와 권력의 중요성을 간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도 결국 사람이 이루어내는 것이며, 사람 없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부속품 하나를 교체해서 기계를 작동시키는 방식으로는 사람의 존중을 얻어낼 수는 없다. 존중의 마음이 일상이 되고 평범이 될 수 있도록, 이 쉬운 하지만 지켜내기 어려운 소중한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현 한신대학교 겸임교수 현 (사)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 사무국장 <저작권자 ⓒ 김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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