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칼럼] 習의 시대 직업훈련 에듀토피아를 꿈꾸다
바야흐로 習(습)의 시대다. (이현준, 황태섭 '습의 시대')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학습(學習)’에 있어서 가장 잘하는 것은 배우는 것, 즉 ‘學(학)'의 영역이며 배운 내용을 내 몸으로 직접 익히는 ‘習(습)’은 시간도 체력도 되지 않는다며 힘들어하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직업적 역량은 習(습)의 능력치에서 나오기 마련이지 않은가.
챗 GPT의 발달로 學(학)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고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직업의 생태계 또한 변하고 있다. 점점 개인의 역량은 스마트 기기로 대체 가능한 지식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몸으로 익혀서 내재화했는지로 평가될 것이다. 챗 GPT 시대, 우리는 벌써 와튼 MBA와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 그리고 미국 의사면허 시험까지 통과한 인공지능과 ‘단순 암기’로 지식을 겨룰 수 없다. 우리의 경쟁력은 내재화된 전문성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고용노동부 산하인 직업훈련의 중요성이 엿보인다. 직업훈련의 정식 명칭은 “직업능력개발훈련”이며 국민 평생직업 능력개발법 제2조에 의거, 모든 국민에게 평생에 걸쳐 직업에 필요한 직무 수행 능력(지능 정보화 및 포괄적 직업.직무 기초능력을 포함)을 습득 및 향상시키기 위하여 실시하는 훈련을 말한다. 명칭과 법적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방점은 평생에 걸쳐 습득하는 직업적 전문성이다. 결국 직업적 역량의 習(습) 영역이며 굳이 시기를 정할 필요도 학습을 단일화할 필요도 없다는 말일 것이다. 이쯤에서 현재 영상 제작 '직업능력개발훈련 교사'로 재직 중인 필자는 직접 수업을 진행하면서 직업훈련 에듀토피아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
방송 프로그램 PD 출신으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직업적 필드에 있었고, 우리나라가 직업 교육의 모티브를 따올 정도로 직업적 평생학습에 강한 독일에서 공부한 필자의 시선에서 볼 때 우리의 직업훈련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도 그 질이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직업적 경험이 풍부한 많은 교사가 현업과 교육을 끊임없이 연결하고 있고, 훈련에서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역량 습득이 우선되고 있다.
그 예시로 최근에 만났던 조연출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필자는 10년 전쯤 훈련생으로 직업훈련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배운 직업훈련은 훈련 명이 ‘영상 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영상 제작’에 관한 수업보다는 ‘이론과 개념’에 대해서만 배우고 과정이 끝났었다. 그 후 필드에서 실제 영상을 제작하면서 느꼈던 것은 교육과 현장의 불일치였으며 習(습)이 아닌 學(학)으로만 끝난 직업훈련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에 작업하며 만났던 조연출은 직업훈련에 대한 이전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주는 계기가 되었다. 예고며 티저 같은 짧은 영상부터 심지어 본편의 편집까지 조연출이 바로 편집할 수 없는 영역의 능력치를 보여주었다. ‘라떼’의 실력으로는 족히 필드에서 1, 2년 이상의 수습 기간을 거쳐야 가능한 것들이었다. 이력서에 기술되지 않은 경력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그 조연출의 경험은 모두 훈련기관에서 배운 것으로 필드로 나오기 전 직업훈련이 경험의 전부였다. 그때 필자는 비로소 우리의 직업훈련이 정말 효율적으로 변했으며 현장이 훈련에 깊숙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직업훈련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과 직업훈련의 장밋빛 미래에 계속 배팅하게 된다.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兒) 배우고 끊임없이 익히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에 나오는 글귀처럼 직업훈련에서도 다양한 직업적 교육 기회가 보장되어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자기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질 높은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직업훈련 에듀토피아’를 필자는 오늘도 꿈꿔본다.
현 IIBI 방송정보국제교육원 강사 전 방송 프로그램 PD 독일 Uni. Leipzig Kommunikation und Medien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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