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가장 표준적인 주거 형태이다. 이 공간에 수백에서 수천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하나의 배관을 위아래 집이 공유하며 단지 안의 정원과 여러 시설물, 내 집 천정과 바닥을 이웃과 공유한다.

아파트의 공동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관리사무소 직원이다. 또한 관리소 직원의 업무를 감독하고 주민의 권익을 챙기는 단체가 대표회의이다. 이 두 개의 집단에 의해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이 유지된다.

대표회의의 의무와 지위는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한다. 매달 납부하는 관리비 안에 대표회의의 운영비가 포함된다. 그 비용은 보통 대표들의 회의비와 임원의 판공비이다. 대표회의 운영비는 주택 형태가 민영아파트냐 임대아파트냐에 따라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몇 십 배 까지 차이 난다.

아파트의 살림과 주민 편의를 책임지는 이 대표라는 직책은 권한과 책임이 가볍지 않다.

주민들로부터 대표 직책을 부여받으면 아파트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권한이 주어진다. 대표회의의 원할한 운영을 위해 아래 네 가지 필수 사항이 있다.

첫째, 공적 마인드

대표가 갖는 직책은 주민들이 잠시 맡겨준 권한이다. 때문에 대표회의는 주민의 재산권과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것이 사익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다수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추진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키기 쉽지 않다. 보통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 바보 취급받기 십상이다.

주민의 입장에서 관리비는 적절한지 가스, 전기세 폭탄을 방지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입주 후 시공사에 아파트 하자 처리를 독촉하거나 사인이 처리하기에 어려운 일들을 이 대표라는 직책을 이용하여 도움 주기도 한다.

둘째, 소통의 원할함

일을 하려면 일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자기 의견 하나 못 내고 회의비만 받아가는 사람은 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 역시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대표 지원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주민들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고 주민 카페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끊임 없이 소통해야 한다. 나를 대표로 뽑아준 사람들이기에 주민과의 소통은 의무이다. 대표라면 최소한 자기 의견을 공적 영역 안에서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경청하는 자세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대표는 타인의 말을 많이 들어야 한다. 주민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대표들끼리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의제를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과 논쟁이 뒤따른다. 특히 회장은 대표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며 회의할 때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넷째, 행동

대표 생활을 하다 보면 입으로만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대표의 덕목은 행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 여러 사안에 대해 말은 쉽게 하지만 행동하는 사람이 적다. 대표들은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살기 좋은 아파트는 아파트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여러 계약과 결정들이 의외로 많다. 그 모든 사안은 의결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데 의결엔 책임이 따른다. 아파트에 법적 소송전이 잦은 이유가 바로 책임 때문이다.

두 번의 대표 생활을 하며 정리한 대표회의의 네 가지 덕목이다. 네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첫째 공적 마인드이다. 이 마인드가 있어야 최소한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가이드이지만 각 단지의 특성에 맞게 적절히 운영하리라 생각한다. 오늘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여러 단지의 대표회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