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언젠가부터 여행방식과 패턴이 빠른 속도로 다양화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동남아 중심에서 미주와 유럽으로, 여행방식면에서는 여러 국가 방문방식에서 한 나라 집중탐험 방식으로, 여행패턴도 단순 패키지에서 주제가 있는 테마형식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가지 변화 가운데 시선을 끄는 움직임은 지상여행 중심에서 바다를 항해하면서 하는 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광고와 TV홈쇼핑 광고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고, 최근 사람들이 가장 많은 정보 창구로서 각광받고 있는 유튜브에도 크루즈 여행에 관한 수많은 정보가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크루즈 여행이 어느덧 우리 가까이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여행 프로그램 중에 크루즈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하자. 크루즈 여행을 처음하시는 분들은 크루즈 여행상품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실 거다. 대부분의 여행계획은 언제(When), 어디로 갈 것인가(where)? 가 여행 계획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와 동시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배가 좋은 크루즈 여행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방문 기항지가 좋은 크루즈 여행을 고를 것인지의 문제이다. 이러한 접근법을 추천하는 이유는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크루즈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크루즈 여행이 처음인 무경험자와 이미 여러 번 타본 유경험자인지에 따라 최초의 접근법을 달리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크루즈 여행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환상 또는 기대가 있다. 가장 큰 기대감은 아마 압도적 규모의 배의 크기와 영화에서 본 화려한 선내시설 그리고 정장을 입고 우아한 선상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등등 일 것이다. 맞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현재 운항중인 대부분의 크루즈 선박들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그런데 크루즈 여행에 대한 서양사람들과 동양사람들의 선택기준에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서양사람들은 크루즈의 소프트웨어(Software: 분위기, 서비스, 체험)측면을 중요시하는 반면, 아시아권 사람들은 하드웨어(Hardware: 배의 크기, 시설)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도 좋은 크루즈의 첫번째 조건은 크루즈 선박의 사이즈(Size)가 커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크면 클수록 더 좋은 크루즈 선박이라는 잠재 인식이 퍼져 있다. 크루즈 여행을 갔다 왔다고 할 때 몇 톤짜리 배를 탔는지가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15만톤, 18만톤 이상의 초대형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해야지만 아주 좋은 크루즈 여행을 하고 왔다고 생각한다. 이는 크루즈 여행의 장점 중의 하나가 크루즈 선박 그 자체의 시설을 즐기는 여행이라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양인들의 경우는 크루즈 여행을 할 때 크루즈 선박의 단순한 크기(Size) 보다는 선사의 분위기와 프로그램 그리고 방문하는 기항지와 체험프로그램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운항하는 크루즈 선사에는 등급이 있는데, 대중형 크루즈(Casusal Class)의 선박이 가장 크고, 프리미엄급, 럭셔리급으로 올라갈수록 크루즈 선박의 크기는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즉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크루즈 선박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을수록 비싸고 고급이고, 클수록 가성비가 좋은 대중형 크루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운항하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초대형 크루즈 선박(카리브해, 서부 지중해 등)이 투입되기도 하고, 수심/항만시설/운하 등 지리적 제약(동부 지중해, 파나마운하 등) 때문에 투입되는 크루즈 선박의 크기가 제한되기도 한다. 물론 요즘 전세계 바다를 운항하는 크루즈 선박(최대 23만톤~최소 5만톤)들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하더라도 일반 선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와 시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 여행을 처음 하는 승객의 경우 크루즈 여행 = 크루즈 선박 > 기항지관광 이라는 잠재의식이 있어 크루즈 여행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크루즈 선박 자체의 경쟁력이 있는 크루즈 여행 프로그램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구체적으로 크루즈 선박 자체의 경쟁력 우선 기준의 크루즈 여행과 방문 기항지 경쟁력 우선의크루즈 여행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먼저 크루즈 선박 자체의 경쟁력 우선의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여행속의 또 하나의 여행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15만톤급 이상의 최신 초대형 크루즈 선박의 경우는 워터파크, 짚 라인, 아이스링크, 대규모 쇼핑센터, 대극장 등 온갖 종류의 선내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더불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진행된다. 기항지 관광을 포기하더라도 크루즈 배 안에서 자체적으로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이다.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대중형 크루즈의 경우는 선박 자체가 너무 크고(최대 23만톤), 승객 규모 역시 5,000~10,000명 수준으로 대규모라는 특성으로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형 기항지를 중심으로 코스가 구성되어 있어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반면에 서양인들이 선호하는 기항지 경쟁력 우선의 크루즈 여행은 여행 매니아층과 크루즈 여행 유경험자들에게 어울리는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일반 지상관광 프로그램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섬이나 특수지역을 주로 방문하기 때문이다.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들로 구성되어 있는 제도/군도 등이 대표적이다. 그 동안 우리에게 동물의 왕국이나 오지 탐험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장소를 크루즈를 타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지중해라고 하더라도 숨어있는 비경을 볼 수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곳을 방문한다.
일반 여행객들이 방문하기 어려운 여행의 신천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때문에 기항지 중심의 크루즈는 기항지의 수심과 항만시설 운하 등의 제약 요건으로 인해 초대형 크루즈 선박 보다는 5만톤~12만톤 규모의 상대적으로 작은 크루즈 선박이 운항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선박 역시 웬만한 선내시설은 다 갖추고 있으니 오해는 하지 않아도 된다.
크루즈 여행을 잘 표현한 말 가운데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크루즈를 이용한 여행은 크루즈 배 자체를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여행이라는 말과도 같다. 처음하는 크루즈 여행이라면 크루즈 배 자체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선박을 선택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1987~2014년 한화투자증권 리서치본부 본부장(상무) 법인금융본부 본부장(상무) 전략영업본부 리더스라운지 본부장(상무) 2015~2023년 현재 ㈜ 크루즈나라 부사장 <저작권자 ⓒ 김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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