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 칼럼]휴가철 고속도로에서 균형을 외치다결국 균형이다. 어떤 시대, 시간, 지역, 장소, 계층, 정당, 욕구에 완전히 몰리거나 쏠리는 것이 조금 덜해지기만 해도 좋겠다.
휴가철 고속도로에서 균형을 외치다
휴가철을 맞은 일요일의 귀경길 고속도로는 역시나 거북이걸음이다. 고속도로가 좀 더 여유로웠다면, 관광지 숙박료가 좀 더 저렴했다면, 물놀이장을 좀 더 넓게 썼다면 휴가는 더욱 즐거웠으리라. 그러나 세상은 어우러져 사는 것이라 휴가도 남들 갈 때 몰려갈 수밖에. 심심한 틈을 타고 상념이 파고든다.
휴가철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겪는 많은 고생과 낭비가 몰리고 쏠리는 것 때문 아닐까? 평일 출근시간의 지옥철과 도로 정체, 점심시간의 식당 앞 긴 줄도 그때만 사람이 몰려서다. 몰리는 것은 때로 불편을 넘어 위험하다.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감염을 피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감내했다. 그래도 한때는 몰려든 감염 환자들을 우리 의료체계가 다 감당할 수도 없었고, 안타까운 망인(亡人)들께서는 빈소와 화장터 가는 길에서마저 줄을 서야 했다.
좀 더 넓혀보면 사회에서 나타나는 몰림의 부작용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불균형이 대표적이다. 귀경길이 막히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런 문제는 애교 수준이다. 지방의 주민들은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의 양, 교육의 질, 문화의 다양성 등 모든 분야에서 기회가 훨씬 적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진 수도권 주민들이 행복하냐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 복작복작한 도시의 높은 주거비용,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 길거리에서 시간을 버리는 교통 문제는 삶의 질과 생활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수도권 집중의 비효율은 나라 전체의 경쟁력에도 걸림돌이다.
헌법도 규정하고 있는 가치인 지역 균형 발전이 훼손된 것 역시 성장의 몰림에 있을 것이다. 70, 80년대를 중심으로 한 압축성장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지 않나? 영산강, 낙동강, 금강이 한강에 밀렸을 때, 인권·환경·복지·민주주의·평등과 같은 다른 가치들도 함께 밀려났다. 압축성장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 소수 상위계층에게 소득과 부가 쏠려있는 경제적 양극화도 큰 숙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가난 자체가 큰 고통이지만, 양극화는 우리 공동체 전체의 성장 잠재력까지 좀 먹는다.
정치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쏠린 제왕적 대통령제다. 반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는 취약하다. 후보가 몇 명이든 1등이 2등보다 1표만 많아도 정권을 잡는다. 실제 얼마나 많은 국민이 지지하는지 득표율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국론을 분열하는 쉬운 방법으로 저 막강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캠페인을 펼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 선거구의 단 1명에게 지역의 대표성을 몰아주는 소선거구제를 고수한다. 그래서 3년 전 21대 총선에서는 전체 투표자의 43.7% 해당하는 무려 1,256만 표가 사표(死票)가 됐다. 특정 지역의 특정 정당 몰아주기는 더더욱 민의를 왜곡시켰다. 결과적으로 국회의원이 되려는 후보들에게는 국민 여론보다 여의도 정치에 주의를 기울이고 지역사회에 봉사하기 보다 공천권을 쥔 실권자에게 잘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
사회·경제·정치적으로 균형을 잃은 세상의 반영일까, 개인들의 마음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아픈 사람들이 많다. 자기 확신과 주장이 너무 강한 나머지 가는 곳마다 불화를 일으키는 사람, 타인만 너무 신경 쓰는 나머지 정당한 자기 소신과 이익까지 쉽게 포기하는 사람, 관심과 애정을 너무 갈구해 과시성 과소비나 기행에 빠지는 사람, 관심과 애정조차 너무 두려워 세상을 등진 은둔형 외톨이 등 치우침의 형태는 여러 가지다. 그러나 형태와 상관없이 그 정도가 심하면 삶이 외롭고 고되다.
결국 균형이다. 어떤 시대, 시간, 지역, 장소, 계층, 정당, 욕구에 완전히 몰리거나 쏠리는 것이 조금 덜해지기만 해도 좋겠다. 나의 마음도 우리의 휴가도, 세상도 더 즐거우리라.
칼럼니스트 소개 서정환 국회의원 김홍걸 보좌관 <저작권자 ⓒ 김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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