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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춘 칼럼] 김포 정체성을 만들자

박우식 기자 | 기사입력 2024/08/05 [20:53]

[조성춘 칼럼] 김포 정체성을 만들자

박우식 기자 | 입력 : 2024/08/05 [20:53]

정체성이란 본디부터 갖고 있는 성격이나 성질을 말하며 ‘identity’라는 영어가 더 자주 쓰이기도 합니다. 정체성은 각각의 사람은 물론 성별, 연령별, 지역별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공간과 시간, 크기에 구애 받지 않고 대표적 특성을 일컫고 있으며 정체성의 있고 없음 또는 좋고 나쁨으로 우열을 가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김포의 정체성, identity는 무엇일까요? 누군가 아니 시민 누구라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김포만의 특별한 성질이나 성격은 무엇일까요? 유감스럽게도 이 물음에 답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특정 개인의 입장에서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이것이다라고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함께 공유되고 인식되는 것은 없다는 말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당장 나한테 밥이나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정체성이 뭐라고 이리 호들갑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정체성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김포 전체의 가치 척도를 나타내는 기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정체성을 갖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자부심과 행복지수는 물론 부동산 가치 등에 까지 우리 생활 전반에 유무형의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과거, 삼국시대 때 김포의 정체성은 아마도 한반도의 요충지였을 것입니다. 한강 하구에 자리 잡고 있는 비옥한 곡창지대이면서 강과 바다가 있는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에 김포는 항상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가장 융성하던 때에 그 나라에 속했습니다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경제의 중심이었을 것입니다. 벽란도를 지척에 두고 있으면서 강화와 마주 보고 있고, 또한 하삼도의 세곡과 물목들이 서해안과 한강을 따라 손쉽게 개경과 한양도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김포는 그야말로 물류와 창고, 숙박 등 고부가가치 경제를 유발하는 모든 업종의 집산지였을 것입니다.

 

일제에 의한 강압기와 남북 분단, 6.25 한국전쟁과 장기화한 휴전으로 김포는 1,000년 넘게 가지고 있던 지역 정체성을 잃었습니다. 환경과 여건이 바뀌고 산업과 사람이 달라지면서 김포는 제대로 된 정체성을 고민하고 만들어 내지 못하고 시간과 역사에 이끌려 지금까지 왔습니다.

과거 환경과 사건, 사람의 유입과 유출이 비교적 많지 않거나 그 변화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진행되던 때에는 지역 정체성을 좌우하는데, 지역 정체성은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 위해 시간과 상황에 따라 학습되고 축적된 인식과 생각들이 말과 행동으로 표출되고 그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공유되고 확신하면서 만들어짐으로써 ‘identity’의 본뜻대로 남에 의해 확인되어 증명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지역의 정체성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말, 행동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대를 이어가면서 계속 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환경과 상황의 변화를 함께 겪고 살아온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포만 놓고 보더라도 지금 김포시 인구가 50만을 조금 넘었는데 최소한 200년 이상 김포에서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숫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전체 김포시 인구 속에서 외국인 숫자가 3만명 내외인데 원주민 숫자도 그 정도 되지 않을까요? 따라서, 사람들의 성향으로 김포의 정체성을 논하는 것은 맞지도 않고 의미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역 정체성은 사람의 몫입니다. 사람의 성향이 아닌 사람의 노력과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현재의 김포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김포의 장점과 강점을 찾아내서 부각하고 단점과 약점은 해소하고 제거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과거 통진과 김포의 현령, 군수들은 천등고개의 화적떼와 조강, 한강 하류에 출몰하는 수적들을 퇴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였고, 1990년대 공무원들은 검단 동아 매립지가 서울, 경기, 인천지역 쓰레기를 매립장이 되어 김포 쓰레기 매립지로 불리게 되자 전국의 지자체와 신문사, 방송국 등에 수많은 공문서를 보내 수도권매립지로 바꿔 부르게 하였으며, 대곶면 거물대리를 중심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환경 재생혁신복합단지 조성 사업으로 이를 타개해 나아갈 계획을 마련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선 지방자치 30년을 지내는 동안 모든 군수, 시장이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정의 비전과 전략을 마련해서 공개했습니다. 물론, 시장의 시정 운영 비전이 곧바로 지역 정체성이 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임기가 끝났을 때 김포의 모습을 비전으로 삼은 것이라면 최소한 김포의 정체성을 염두에 두고 어떤 형태로든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바뀌면 당연하다는 듯이 비전과 전략 방침이 전면적으로 바뀌고 시청을 비롯한 각급 관공서와 지역 주요 거점 등에 보란 듯이 내걸었습니다. 정작 시민들은 별 관심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더 이상 지역 정체성과 동떨어진 아니 적어도 시민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없는 듣보잡 문구를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시장의 초심이 담기는 비전과 전략, 시정 방침을 없애자는 말은 아닙니다. 이를 제도 안으로 가져와 제대로 하자는 것입니다. 지역 정체성에 관한 부분은 전문가의 참여와 시민들의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조례로 정하고 시장의 시정 비전과 전략, 방침 등은 규칙 또는 훈령으로 정하게 해서 공약사항과 예산편성 등이 일관성을 갖고 지역 정체성과 통일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김포의 정체성이 무엇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의견에 불과합니다. 무엇을 정체성으로 할 것인지는 다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가면 됩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정체성을 만들과 이를 오래도록 지켜가면서 지역 발전과 시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시장과 시의회가 나서서 시민과 함께 해야 할 일입니다.

 

맹자에 민위귀(民爲貴) 사직차지(社稷次之) 군위경(君爲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샛말로 하면 국민이 가장 존귀하고 나라가 그다음이며 대통령이나 당 대표는 오히려 가볍게 여겨야 한다정도일 겁니다. 기관 대립형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특성, 양당의 무한 정쟁으로 인한 정치 양극화와 지방 선출직들의 중앙당 예속 등 수많은 현실적 어려움과 뛰어넘기 힘든 상황이 있는 건 알겠지만 시장도 시의원도 오직 지역과 시민만 보고 시정을 운영하고 의정을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출직은 임기가 있지만 김포라는 지역은 아주 오래도록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성춘)

o ) 김포투데이 고문

o 김포에서 나고 자라 34년간 김포시청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o 2022년 계간 시인정신봄호에 봄비 잔상 외 4이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o 2022년 산문집 그때 라떼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출간했다.

o 현재 통진읍 서암5리 옥개올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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