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CCTV 설치했다며? 거봐라. 무섭지?"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나는 순간 멍했다. 김포 한강신도시로 이사를 하면서 실내에 CCTV를 설치한 건 맞다. 하지만 이유는 단독주택 단지에 살게 돼서가 아니었다. 외출 후 실내에 혼자 있는 강아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친구는 내가 아파트에서 살다가 주택단지로 이사를 와서 불안해 CCTV를 설치한 걸로 오해한 것이다. 그 오해의 뿌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다.
그날 이후 기자는 산책할 때마다 마을을 유심히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건물마다 외부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골목 입구, 주차장, 놀이터, 마당 앞, 집집마다 건물마다 있다.
단지 저 카메라들 때문에 한강신도시 주택단지의 이 분위기가 만들어진 걸까? 낮은 담장 너머로 이웃들이 마당에서 고기를 굽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이 풍경. 지나가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서로 신경 쓰지 않는 이 여유로운 분위기 말이다.
이 풍경이 처음엔 낯설었다. 아파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고기를 굽고, 낮은 담장 안으로 마당엔 자전거를 그냥 세워두고, 사람이 지나가는 길에 경계도 없이 텃밭을 가꾸고 한다. 누군가 훔쳐갈까, 누군가 해칠까 걱정하지 않는다.
모두들 마을이 안전하다는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친구의 질문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단독주택 무섭지 않아?" 왜 사람들은 단독주택을 위험하다고 생각할까?
미디어에서 본 뉴스들이 떠올랐다. "단독주택 침입 절도", "빈집 털이 일당 검거", "담 넘어 침입한 범인". 반면 아파트 관련 사건은 "아파트 침입"이라는 제목은 잘 보이지 않는다. "층간소음 갈등" 사건은 있지만, 프레임이 다르다. 미디어는 단독주택을 더 위험하게 보이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경찰청 공공데이터포털 '범죄 발생 장소별 통계'를 확인했다. 아파트(다세대·빌라 포함)가 55%로 가장 높고, 단독주택은 25%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이는 아파트 거주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어디에서 더 많이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신도시 단독주택 단지'처럼 CCTV와 커뮤니티가 갖춰진 곳은 통계상 안전하다는 점이다. 즉, 단독주택 자체의 취약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도시 내 단독주택은 CCTV와 순찰망으로 안전한 편이다. 많은 이들이 "단독주택=범죄 많음"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이는 주로 외곽 시골 지역의 단독주택을 떠올리며 생긴 오해다. "시골 단독주택" 이미지 때문에 신도시 단독주택마저 범죄가 많을 거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진 셈이다.
그렇다면, 김포시는 안전한가. 김포시는 전국 평균 대비 범죄 발생률이 낮은 편으로, 최근 경기도 내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평가된다. KOSIS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천명 당 총 범죄 발생률 하위권에 속한다.
CCTV는 얼마나 보유중인가. 김포시에 따르면 2026년 2월 기준 1,972개소에 7,660대의 CCTV를 운영 중이다. 방범용이 1,344개소(5,752대)로 가장 많고, 교통·재난용이 628개소(1,908대)다. 생활방범 CCTV만 822개소(3,585대)에 달한다. 2020년 1,261개소(4,831대)에서 6년 만에 약 60% 증가했다. CCTV 확대 계획은 지속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주민의 안전과 쾌적한 생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그 이유다.
나는 산책하며 그 카메라들을 다시 바라봤다. 저 카메라들이 이 동네를 안전하게 만든 걸까, 아니면 저것으로 인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CCTV는 실제로 범죄를 줄였고, 동시에 심리적 안전감도 높인다.
사실 기자는 카메라가 두려웠다. 예전 아파트에서 살 때, 음성 비서가 탑재된 홈 기기에서 새어 나온 소리 때문이었다. 늦은 밤, 그 소리는 어두운 거실을 꽉 채웠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을게요."
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해킹당한 건가?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가? 관련 뉴스가 떠오르며, 온갖 무서운 상상을 해댔다. 집안 인터폰의 카메라를 가리고, 한동안 핸드폰 카메라도 쳐다보지 않았다. 괜히 길 가는 사람들의 핸드폰 카메라도 의식하게 됐다.
그런데 김포로 이사를 하면서, 집안 실내에 CCTV를 설치했다. 6년 전 이야기지만, 카메라가 두려웠던 내가, 스스로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왜일까? 그것이 나를 감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지키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우리를 흔든다. 셀카를 찍으며 나를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주던 도구가 한순간에 공포의 도구로 돌변한다. 같은 렌즈가 누군가에게는 안심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감시가 된다. 중요한 건 카메라 자체가 아니다. 그것을 누가, 어떻게, 왜 보고 있느냐다.
단독주택도 마찬가지다. 같은 집이 누군가에게는 전원생활의 로망이고,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걱정거리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데이터와 다르게 느낄까?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 자극적인 뉴스가 공포를 만든다.
"단독주택 침입" 기사는 실제 발생 빈도보다 훨씬 자주 보도된다. 반면 아파트 사건은 "층간소음", "엘리베이터" 같은 다른 프레임으로 보도된다. 뉴스는 예외를 일상처럼 보이게 만든다. 통계적 안전과 체감 안전은 다르다.
친구의 편견은 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단독주택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막연한 불안감이다. 미디어가 만든 프레임, 타인의 시선, 내 안의 두려움. 그 모든 것들이 우리를 흔들고 있는 걸지도. 나는 친구에게 답했다. "무섭지 않아. 오히려 더 안전해."
편견은 더 이상 나를 흔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