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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초짜] ⑮ “철물점 어디 있어요?” 토박이의 속상함을 보았다, [김지영 연재]

김지영 시민기자 | 기사입력 2026/08/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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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초짜] ⑮ “철물점 어디 있어요?” 토박이의 속상함을 보았다, [김지영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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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8/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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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창틀 앞에 서서 며칠째 같은 한숨을 쉬었다. 굵은 나사 몇 개, 못 몇 개면 끝날 일이었다. “다 있다”는 쇼핑몰에 가도 원하는 규격은 없었고, 온라인으로 주문하자니 나사 몇 개에 붙는 배송비가 물건값보다 비쌌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 이런 사소한 막힘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집이라는 공간이 아직 내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 창틀 하나 고정하지 못하는 무력감은 동네 전체에 대한 서운함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그러다 마을을 배회하던 중, 노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철물 & 공구」

 

 

어찌나 반갑던지... 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아무도 없었다. "사장님" 하고 부르자 한참 뒤에야 인기척이 들렸고, 느릿느릿 걸어 나온 사장님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시골 동네 구멍가게에 손님이 들어서도 한참을 지나서야 안쪽에서 걸어 나오는 할머니처럼. 

 

그 걸음에는 반가움도 서두름도 없었다. 진열대 사이를 천천히 둘러보는 동안에도 사장님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마치 '어차피 안 살 거면서'라는 말을 표정으로 하고 있는 듯했다. 낯선 손님과 낯선 사장님 사이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베란다에 나사가 필요한데  “다 있다”에는 없더라고요." 

 

분위기를 풀어보려 말을 걸었다. 그 순간 사장님의 눈이 커지고,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필요한 물건을 재빠르게 눈으로 훑으면서, 짧게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그 건물에서 장사를 했었어. 그런데 “다 있다”가 들어오고 나서 장사가 안되더라고. 그리고 이쪽으로 옮긴 거지." 

 

그 한마디로 앞서 느꼈던 냉랭함의 정체가 이해됐다. 무뚝뚝함이 아니라, 큰 매장 앞에서 밀려난 자의 조심스러움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본의 논리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택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저가 생활용품점의 전국 확장은 동네 철물점, 문구점, 잡화점의 존립을 흔들어온 지 오래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몇 해 전부터 대형 프랜차이즈형 생활용품점의 입점이 인근 소형 소매업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규격화된 진열, 저렴한 가격, 익숙한 브랜드 앞에서 손때 묻은 철물점이 밀려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수십 년간 동네를 지켜온 사람들의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사장님의 무심함이 그랬다. 새로 만난 동네가 온통 낯설고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느낄 찰나, 그 뚱한 표정 뒤에는 대개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사장님은 어느새 나사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다.

 

“여기, 여기 있어요.”

 

수많은 나사들 속에서, 굵고 촘촘한 회전길이 박힌 나사. 사장님은 단번에 골라낸 것이다. 드디어 베란다 창틀 모양과 맞는 나사를 발견했다. 찾았다. '나의 것'.

 

김포처럼 신도시와 원도심이 뒤섞인 곳일수록, 이런 오래된 가게 하나가 버텨주는 것 자체가 이 지역의 완충지대 역할이지 않을까.

 

가게 문을 닫고 나오며 다시 한번 뒤를 돌아 보았다. 맑고 투명한 유리문에 붙은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8시 열고', '7시 30분 닫고'. 격식 차린 '영업시간 안내' 대신 쓰인 이 소박한 표현이 유난히 정겹게 느껴졌다. 

 

친절해 보이지 않던 가게가, 사실은 가장 솔직한 언어로 손님을 맞고 있었던 셈이다. 동네 철물점의 무뚝뚝함은, 살아남은 자의 언어다. 그 언어를 알아듣는 순간, 낯선 동네는 조금씩 내 동네가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콧노래가 절로 났다. 몇 달 째 골머리 앓던 문제가 해결 되었으니!

 


 

[정보 한 줄]

우연히 만나게 된 철물점은 김포한강 신도시 운양역에서 가깝다. 철물, 공구, LED전구, 전기재료, 수도 자재 등을 취급하고 있었으며, 간판 이름처럼 크고 높은 천장에 많은 부품들이 갖춰져 있다.

 

 

/ 글·사진 ⓒ 김지영, 김포투데이 칼럼니스트, 라몽트래블앤북스 대표

 

#김포초짜 #김포이사#김포한강신도시 #김포투데이 #김지영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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