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주무셨는지요?
에어컨도 선풍기 바람도 없이 아침까지 내리 잔 게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여름은 더워야 맛'이라 했으니 낮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한낮의 길이가 가장 길었던 하지 이후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 온 밤마저 낮도깨비 같은 열대야에 자리를 내주고 밤낮으로 열기와 싸우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스치듯 멀리 지나는 태풍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제 아침나절부터 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저녁부터는 제법 선선한 느낌이 들어 초저녁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모두 열어젖혀 모처럼 만에 집 안 가득 채우고 몰려나가는 자연 바람을 영접했습니다.
디지털이니 AI니 하면서 자신의 능력과 문명 발전을 으스대고 있지만, 아주 작은 날씨 변화 앞에서도 속절없이 무릎 꿇고 쩔쩔매거나 감사를 느끼게 되는 걸 보면 자연 속에서 인간은 그저 미미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엔 휴가 중인 아들 내외와 무더위 속에서도 골프 라운드를 나가고 어제는 집 주변과 조부모님 산소 주변에 제초제를 뿌리느라 땀깨나 흘렸습니다.
오늘 아침엔 동이 트는 대로 얼마 심지 않았지만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고 집 주변 과수와 장미를 비롯한 정원수에 해충 방제약을 쳤습니다. 매미가 캑캑거리며 다급히 우는 소리에 이끌려 대추나무 가지 밑에서 이루어지는 사마귀의 시끄러운 아침식사 장면을 넋을 놓고 구경하고는 오이 몇개 따서 짠지독에 넣고 참외도 반 넉걷이도 하고 난 후에 샤워를 하고 선풍기 앞에 앉으니 벌써 9시 반입니다.
키가 멀대처럼 자라 끄트머리에 자루를 매달기 시작한 사탕수수 지지대도 만들어 주고 싶은데 일단은 좀 더 두고 볼 요량입니다.
8월 말, 9월 초에 김장을 붙이려면 이제 슬슬 밭꼬라지를 만들어야 하니 웬만한 것들은 치우고 거두면서 비워야 할 때입니다.
오늘은 낮에도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모처럼 살 만한 주일입니다.
자연에 대한 감사와 자신을 위한 헌신으로 행복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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