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직전인 1학기 말이었다.
솔터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인 나에게 한 학부모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학교 출입문 쪽에서 아이가 넘어져 다쳤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아이들의 넘어짐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을 보고나선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가 넘어지면서 손을 짚었고, 그 과정에서 배수로를 덮고 있던 그레이팅에 손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장을 직접 보니 왜 사고가 났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배수로 그레이팅의 구조상 사람이 밟거나 넘어졌을 때 신체가 직접 닿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특히 손을 짚는 순간에는 충분히 상처가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아이들 문제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런 시설물을 볼 때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편이다. 배수로는 당연히 필요하다. 비가 많이 오는 학교라면 배수처리도 중요하고, 그레이팅 역시 차량이나 보행자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적절하게 설치돼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이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성인이 주로 다니는 곳과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학교의 출입문은 똑같은 기준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뛰기도 하고, 친구와 장난을 치기도 한다. 등교시간에는 앞만 보고 뛰어가는 아이도 있고, 비가 오면 바닥이 미끄러워질 수도 있다. 넘어지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넘어졌을 때 크게 다치지 않도록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특히 어린아이들은 넘어질 때 본능적으로 손을 먼저 내민다. 이번 사고처럼 손을 짚는 순간 배수로의 날카로운 부분에 베일 수 있다면, 그 시설은 단순히 ‘배수가 잘 되는 시설’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건설 현장에서도 시설물을 설치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결국 기능과 안전성이다. 배수로라면 물이 잘 빠져야 하고, 사람이 다니는 곳이라면 보행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덮개가 설치되는 곳이라면 흔들림이나 단차, 틈새, 돌출부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학교라면 여기에 하나가 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시설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왜 꼭 이런 형태의 그레이팅이어야 했을까. 배수 기능을 확보하면서도 보행자의 접촉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다른 제품이나 방법은 없었을까.
요즘은 배수로 덮개도 여러 종류가 있다. 보행자 통행이 많은 공간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도 있고, 표면의 돌출이나 날카로운 부분을 줄인 제품도 있다. 배수로 위치 자체가 문제라면 보행 동선과 분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기존 시설을 당장 전부 뜯어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사고가 발생한 지금이라도 해당 시설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작은 비용으로라도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레이팅의 모서리나 절단면에 문제가 없는지, 고정상태는 괜찮은지, 주변 바닥과 단차는 없는지, 아이들이 넘어졌을 때 손이나 무릎이 직접 부딪힐 가능성은 없는지부터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학교 출입문뿐 아니라 학교 전체를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아이들이 매일 밟고 다니는 배수로, 보도블록, 계단, 난간, 모서리, 화단 경계석까지. 어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시설 하나가 아이에게는 다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큰 사고만이 아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지나쳤던 작은 위험이 어느 날 내 아이에게 사고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번에 다친 아이도 위험한 곳에 일부러 간 것이 아니다. 학교 출입문을 오가는 평범한 과정에서 넘어졌을 뿐이다. 그 아이가 손을 짚은 곳에 조금만 다른 시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조금 덜 날카로운 그레이팅이었다면, 손을 베는 사고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시설물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부분은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사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도면상 문제가 없고 배수가 잘 된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공간을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에서 넘어질 수 있고, 넘어졌을 때 무엇에 부딪힐 수 있는지까지 생각하는 것이 진짜 안전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에게 “뛰지 마라”, “조심해서 다녀라”라고 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잠깐 부주의하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 아닐까. 이번 사고가 한 아이의 부상으로만 가볍게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학교와 교육당국이 해당 배수로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출입문과 통학로 주변의 배수시설을 전체적으로 한번 점검해봤으면 한다.
아이들은 시설물의 위험성을 판단할 책임이 없다. 그 공간을 설계하고 만들고 관리하는 어른들이 먼저 살펴야 한다. 예쁜 모양의 시설보다, 오래가는 시설보다,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시설인지 아닐까.
이번 사고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매일 지나가는 학교라면, 배수로 하나도 그냥 배수로 하나로 봐서는 안 된다. 그곳을 지나가는 아이의 손과 무릎, 그리고 혹시 모를 넘어짐까지 생각하는 것.
나는 그것이 학교 시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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