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다리를 건너가는 거야?“
김포 토박이인 친구에게 물었다. 그녀는 쇼핑을 하러 늘 다리 하나를 건너 고양시로 간다. 이유를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다. 물건이 많지 않고, 원하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
그러다 어느새 이야기는 김포시 예산 이야기로까지 번진다. 유통시설 유치 정책이 어떻고, 상업지구 지정이 어떻고. 꽤나 정책을 뚫고 있는 걸 보면, 이건 불만이라기보다는 애정의 다른 얼굴이었다. 쇼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 말들이 늘 소음처럼 스쳐 갔다. 찾아 헤맬 브랜드도 없고, 냉장고를 꽉 채울 만큼 재료도 필요없기 때문이다.
도시에 무엇이 있고 없는지는, 필요가 있어야 비로소 보이는 법이다. 그 사실을 이번 여름에 실감했다. 태평양을 건너 온 가족과 친구들을 맞느라 계절 내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냉장고를 채워야 할 일이 늘었고, 육안으로 확인하고 골라야 할 선물도 많았고, 외국인 입맛에 맞는 마트를 찾아야 했고, 손님에게 "여기가 쇼핑의 메카다" 하고 소개할 만한 장소도 필요했다. 그런데 정작 그럴 만한 곳이, 김포에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김포의 유통 지형은 단순하다. 마트형 매장이 대부분이고, 낮은 1층 건물로 이루어진 아웃렛 매장들이 여행지 길목마다 올망졸망 모여 있다. 한쪽은 음식 냄새가 나고, 한쪽은 태양과 싸워야 한다.
두 곳 모두, 앉아서 쉴 의자도, 눈을 붙잡을 만한 볼거리도 마땅치 않았다. 공항 옆에 큼지막한 아울렛 쇼핑몰이 하나 있긴 하지만, 발길이 자주 향하지는 않는다. 김포와 강서구 주민이 함께 몰리는 탓에 주말이면 인파가 버겁고, 고가 브랜드 일색의 매장 구성은 일상적인 쇼핑과는 거리가 멀다. 쉽게 들르기에는 너무 크고, 원하는 걸 찾기에는 너무 좁다.
실제로 김포에는 백화점이라 부를 만한 시설이 없다. 2015년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이 지역 유통의 거의 유일한 대형 거점인데, 아무리 아웃렛이라 해도 꽤나 고가의 제품군이 주를 이룬다.
반면 실내형 백화점, 복합몰은 여전히 부재하다. 김포한강 신도시를 인구가 먼저 채우고, 상업 인프라가 뒤늦게 따라오는 현상은, 한국의 여러 택지지구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돼 온 패턴이다. 사람이 먼저 오고, 도시는 나중에 완성된다.
뭔가 아이러니하다. 체감 물가는 결코 낮지 않은 동네에서, 정작 쇼핑은 고가 브랜드부터 선택지에 오른다는 사실이 말이다. 생활권과 소비권이 분리된 것만 같다. 적정한 가격대를 형성하는 쇼핑몰이 필요하다.
좀 더 고급스러운 라인업을 원해서, 또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찾기 원해서, 이유 불문하고 원정 소비를 하는 김포의 풍경이 이상하다.
이상한 건 또 있다. 매번 다리를 건너 물건을 사고 돌아오는 친구도, 이 도시를 떠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백화점 하나 없는 동네에서 산다는 것과, 이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인가 보다.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라 그런가. 아니면, 있어도 그만인 것들이 이 동네에 더 많은 걸까.
[정보 한 줄]
정보 한 줄 김포 지역 최대 유통시설은 고촌읍 아라뱃길 인근의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2015년 개장)이다. 인천공항과 가까워 출국 전 마지막 쇼핑지로도 이용되며, 2023년 기준 연매출 6,616억 원으로 전국 아울렛 중 상위권에 속한다. 다만 백화점급 실내 복합몰은 아직 없어, 인근 고양시(스타필드 고양·킨텍스·라페스타 등)로 원정 쇼핑을 가는 주민이 적지 않다.
/ 글·사진 ⓒ 김지영, 김포투데이 칼럼니스트, 라몽트래블앤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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