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내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능력을 주셨다. 글이라는 유혹의 도구를 통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 여름, 나에게 또 다른 능력이 하나 생겼다. 마을을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는 영상 제작 능력이다. 이 능력은 김포미디어아트센터가 내게 부여한 것이다.
김포미디어아트센터. 이름부터 좀 다르다. 전국 지자체마다 '미디어센터'는 있다. 그런데 김포는 거기에 '아트' 두 글자를 더 붙였다. 미디어를 기술이 아닌 예술로 바라보겠다는 선언이 이름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재)김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이 센터는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2026년도 AI 라운지 거점운영'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수도권 및 경기권역을 대표하는 실용적 AI 거점 모델로 평가받은 것이다.
거창한 수식어는 잠시 접어두자. 내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올여름, 나는 다른 능력을 장착하고 싶었다. 글만 써온 사람이 영상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직장인, 경력 단절된 여성, 웹디자이너, 자영업자. 제각각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의 교실에 모였다.
황금 같은 토요일 저녁, 세 시간씩, 여덟 번의 수업. '2026 김포를, 새롭게 담다'라는 프로젝트명 아래, 우리는 AI 프롬프트 작성법부터 시작해 Midjourney와 Kling AI 같은 생성형 AI 도구로 이미지를 뽑고, 사운드를 입히고, 1분짜리 영상을 만들었다. 전혀 다른 분야. 전혀 다른 문법.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모두가 완주했다. 성과공유회 날, 각자의 1분이 스크린에 올라갔다. 같은 도구, 같은 시간이 주어졌는데 열 두 명의 김포가 전부 달랐다. 누군가의 김포는 한강 위로 번지는 노을이었고, 누군가의 김포는 골목 사이로 스며드는 생선이었다.
기술이 아니라 시선이 작품을 갈랐다. 같은 AI에게 같은 명령어를 입력해도, 사람마다 꺼내 오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사실. 그것이 이 수업이 '아트'인 이유다.
소감을 나누는 시간, 저마다의 사연이 쏟아졌다. "컴퓨터를 잊어갈 때쯤, 다시 컴퓨터를 만질 수 있게 되어 기뻤다"는 육아맘의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원하는 이미지가 AI로 도저히 뽑아지지 않는데 ‘스타일을 통일시켜야 한다는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는 고백에는 웃음도 터졌다.
수업이 너무 재밌어 두 번째 기수에도 참여했지만, 여전히 AI로 영상을 구현하는 건 어렵다는 솔직한 토로도 있었다. 이 고백들 속에 공통된 감정이 하나 있었다. 완성했다는 안도가 아니라, 새로운 언어를 하나 더 갖게 되었다는 자신감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 현상이 김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생성형 AI가 전문가의 전유물에서 시민의 창작 도구로 내려온 것은 불과 1~2년 사이의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 교육이 '기술 체험'에 머무는 반면, 김포미디어아트센터는 8주에 걸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전시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날 자리를 빛내 준 김포 미디어아트센터의 관계자들은 시민의 작품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이런 기회를 시민들과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미 다른 기관에서도 시민이 참여하여 만든 AI 예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들은 현재 김포미디어아트센터에서 모든 시민이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으며, 조만간 모담도서관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열 두 명의 시민이 각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김포. 그 1분짜리 영상들이 모여 하나의 전시가 되었다. 전문가가 만든 작품이 아니라 이웃이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이, 보는 이의 시선을 한 번 더 멈추게 만든다.
능력이란 무엇일까. 타고나는 재능만을 능력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토요일 저녁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롬프트를 고치고, 0.5초 차이로 장면을 다시 편집하던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능력이란 결국 포기하지 않기로 한 토요일들의 합산이 아닌가.
AI 미디어아트_김포를새롭게담다_트레일러
https://youtube.com/shorts/VDsCbwRoOls?si=7n4kRtzmY7oZ-pTR
--------------------------------------------------------------------
[김포 초짜 정보 코너]
김포미디어아트센터에서는 시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일정은 김포미디어아트센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12명의 시민이 각자의 토요일로 빚어낸 1분, 그 합본 트레일러를 감상하시라. 각 작품의 온전한 버전은 김포미디어아트센터와 모담도서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 글·사진 ⓒ 김지영, 김포투데이 칼럼니스트, 라몽트래블앤북스 대표
#김포초짜 #김포이사 #김포한강신도시 #김포투데이 #김지영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