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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훈의 현장] 월곶에서 시작한 어머니의 식당, 대곶에서 아들이 이어간다

흑염소 한 그릇에 담긴 가족의 이야기, 군하흑염소

박세훈 시민기자 | 기사입력 2026/09/02 [14:57]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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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훈의 현장] 월곶에서 시작한 어머니의 식당, 대곶에서 아들이 이어간다
흑염소 한 그릇에 담긴 가족의 이야기, 군하흑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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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9/0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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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참 많이 생기고 또 사라진다.

김포만 해도 몇 년 사이 동네 분위기가 달라진 곳이 많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권이 바뀌면서 예전에 있던 가게가 없어지는 것도 이제는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부모가 하던 식당을 자녀가 이어가는 곳을 만나면 한 번쯤 눈길이 간다. 대곶면에 있는 ‘군하흑염소’가 그렇다.

 

이곳은 원래 월곶면에서 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아들이 그 일을 이어받아 대곶점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가게가 있던 동네는 달라졌지만, 음식점을 이어가는 가족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군하흑염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의 주 메뉴는 흑염소다. 흑염소탕을 비롯해 전골과 수육 등을 내놓는다. 요즘에는 흑염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흔하게 볼 수 있는 편은 아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처럼 평소 쉽게 접하는 고기도 아니고,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조금 낯선 음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흑염소는 우리 식탁에서 아주 생소한 음식은 아니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염소를 키우는 집도 있었고, 집안 어른들이 흑염소를 먹으러 가자고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나서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탕이나 전골처럼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음식은 지금도 흑염소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메뉴다. 군하흑염소의 흑염소탕은 한 사람이 식사하기에 좋고, 전골과 수육은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먹기에 괜찮은 구성이다.

 

흑염소 음식은 아무래도 특유의 향과 맛이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반대로 그 맛 때문에 흑염소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서 흑염소집에는 다른 음식점과는 조금 다른 단골이 생긴다. 한 번 먹어보고 입맛에 맞으면 생각날 때 다시 찾게 되고,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식사할 곳을 찾다가 흑염소집을 떠올리기도 한다.

 

군하흑염소도 그런 식으로 손님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곳이다. 무엇보다 이 식당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다. 처음 월곶면에서 식당을 시작한 것은 어머니였다.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며 손님들을 맞았고, 이후 아들이 그 식당을 이어받았다. 현재는 대곶에 자리를 잡고 다시 식당을 꾸려가고 있다. 식당을 물려받는다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음식을 만드는 방법만 배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손님을 맞는 일부터 가게를 관리하는 일까지 하루하루 신경 쓸 일이 많다.

 

특히 식당은 하루 장사를 마치고 나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다음 날 장사를 위해 다시 재료를 준비해야 하고, 손님이 먹은 음식과 가게의 상태까지 하나하나 챙겨야 한다. 그런 일을 어머니 세대에 이어 아들이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 군하흑염소를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든다. 사실 ‘노포’라는 말도 꼭 오래된 건물이나 낡은 간판을 보고 붙이는 말은 아니다. 오랜 시간 한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그 가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한 부분이 되는 곳을 우리는 노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군하흑염소는 대곶에서 이제 새로운 시간을 쌓아가고 있는 식당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뿌리는 월곶에 있다. 어머니가 시작했던 식당을 아들이 이어받았고, 이제 그 이야기가 대곶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도 그 시간을 이어간다. 흑염소탕은 뜨거운 국물에 고기를 넣어 한 그릇으로 먹는 음식이고, 전골은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음식이다. 수육 역시 술자리나 식사 자리에서 여럿이 나눠 먹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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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혼밥과 배달 음식이 익숙해진 시대에 이런 음식은 오히려 조금 느리게 먹게 만든다.

탕 한 그릇을 놓고 밥을 먹거나, 전골 냄비를 가운데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식사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그게 오래된 음식이 가진 매력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음식이 계속 등장하지만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먹어온 음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흑염소는 유행하는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유행을 타지 않는 음식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먹어온 익숙한 음식이고, 누군가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그런 음식을 한 가족이 이어서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 역시 군하흑염소가 가진 이야기다. 말복이 지나면서 여름철 보양식을 찾는 분위기는 한풀 꺾였지만, 흑염소가 꼭 삼복더위에만 먹는 음식은 아니다.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이 생각나는 날에도, 가족들과 식사를 할 곳을 찾을 때도 흑염소탕이나 전골, 수육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이유가 꼭 ‘보양’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밥 한 끼 먹으러 가도 되는 것이다.

월곶에서 어머니가 시작한 식당을 아들이 대곶에서 이어가고 있다.

 

김포의 동네 풍경은 계속 달라지고 있지만, 이렇게 가족의 손으로 이어지는 식당은 그 변화 속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문을 열고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는 일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가게도 한 지역의 기억이 된다. 군하흑염소는 지금 대곶에서 그런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머니가 월곶에서 시작했던 식당. 그리고 그 식당을 이어받은 아들이 대곶에서 내놓는 흑염소 한 그릇.

음식은 그대로인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조금씩 다음 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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